이애리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 디카시집으로 나왔다. <하슬라역>, <동해 소금길>, <무릉별유천지>에 이은 <순포라는 당신>은 삶의 흔적들을 진솔하게 담아낸 시와 사진의 콜라보로 선보이는 디카시집으로 동해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사는 이애리 시인의 순간적인 영감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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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리 시인의 디카시집 <순포라는 당신>의 시 세계는 한마디로 그리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시와 사진을 통해 그리운 것들의 실체를 찾아 나서고, 잊을 수 없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 그리움의 흔적을 기억하고자 한다.
순포는 강릉 사천면에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다. 하지만 이 시에서의 순포는 모든 그리운 것들의 대명사이다. 그것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각시 수달이 살아가고 있는 자연습지 보존구역이기도 하고 순포처럼 따스한 심장을 가진 모든 존재이기도 하다. 이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세상은 여러 생명이 숨 쉬며 서로 공존하는 살만한 곳임을 시인은 에둘러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아련한 그리움이 이미지로 각인되어 우리의 가슴에 얹히는 아름다운 시집이다.
-황정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