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앞에서 박민서 벽에 찍힌 손바닥은 붉은 비명이다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천천히 시드는 비명, 동여맨 손목들, 실핏줄처럼 아주 느리게 담을 넘고 있다 지문으로는 찾아갈 수 없는, 먼 시대를 떠돌고 있는 언어, 손가락마다 불꽃을 달고 있다 벽을 밀어내고 있는 기원이 종유석처럼 자란다 소리란 다 자라지 않으면 제 안을 더듬거린다 손을 맞대는 것으로 만날 수 있는, 벽은 얼마나 오랜 연대가 시큰거리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그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리고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저 흘러가는 지문들이었을 뿐 동굴처럼 웅크리고 있는 부족 손목을 관통하고 있는 터널 말에 비명이 되는 순간 한 손목을 잡고 위로하는 다른 손목을 볼 수도 있지, 손톱이 자라지 않는 손바닥 벽화, 마주 보지 않고서는 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