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22

엄마를 뽑을 수 있나요?-조명신 시집

메타버스 조명신 수없이 썼다 지운다 허공에 새긴 신기루 각진 계단 위를 동동거리는 쉼표들 길어졌다 짧아진다 뿔테 안경을 쓴 자전거 바퀴로 새까만 아스팔트를 채우는 불분명한 문장들 꾹꾹 밟고 지나간 길 위로 어제를 닮은 하루가 솟고 오직 나에게만 보이는 문이 열린다 온종일 걷고 또 걷는다 러시아 인형처럼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 온 하루를 다 걸어도 거기 또 나타나는 문 할당량을 마치고 밤의 커튼을 치면 진득하게 눌어붙은 시간은 폐지 줍는 노인의 리어카에도 실리지 못하고 뚝뚝 끓기는 오늘의 단편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의자들 결국 전국의 의자들은 잠정 휴업을 결정했다 단지 쉬고 싶다는 이유와 쓸쓸하다는 이유, 현재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의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이유로 시위에 동참했다 네팔..

카테고리 없음 2024.03.14

날고파 그 독수리-이솔 시집

언어로 부활하다 이 솔 빙판길위에 신문지가 말려 굴러다닌다 빛나는 얼굴 고통으로 구겨진 빛나던 얼굴 빙판에 맞닿은 정신 혼미한 언어들 일어나 긴장한다 되풀이 되는 반성 매순간 새로 세우는 계획들이 깃발에 깃대에 휘감긴다 왼강히 감기며 깃발은 외친다 구겨지지도 낡아지지도 않는 차가운 언어 쏟아져내리는 말, 말들 하늘이 흔들거린다 차가운 언어가 정신차렸다 부활이다, 언어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불씨는 죽은 척할 뿐이다 불씨는 내색조차 않다가 불의 혀끝에 닿는 순간 하얗게 꽃으로 되살아나 춤춘다 진달래 능선에서 풀무질이 숨가쁘다 작은 불씨가 고개를 들고 능선이 들썩인다 오랜 기다림으로 타오르는 눈 간데마다 진분홍의 분신焚身들 목이 조여들면서 불길을 마셔버린다 진분홍 사랑에의 3도 화상 능선아래로 뒹굴며 ..

카테고리 없음 2024.03.13

좋은 날 만들기-박진희 동시집

3월 박진희 엄마가 더 보고 싶은 달 나비야 너도 눈물이 나니 아기 새야 너도 자꾸 눈물이 나니 유치원에 온 지 한 시간도 안 되었는데 오늘은 울지 않기로 엄마랑 약속했는데 그래도 또 보고 싶어 엄마 엄마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콩알 하나 빗물 웅덩이에 풍덩! 저걸 어쩌나! 동동 발 구르는 콩알 형제들 걱정 마, 난 여기서 하늘까지 닿는 콩나무가 될 거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살아 있는 생명의 기쁨이라는 말이다. 동시집 전편을 흐르는 기조가 바로 살아있는 생명의 기쁨이었다. 이러한 기조는 박진희 동시가 가진 강한 여성성에서 연유한다. 여성성의 원리가 돌봄과 보살핌이다. 박진희의 동시가 가진 유난히 따뜻한 여성성이 10살 미만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35개국..

카테고리 없음 2024.03.12

비원문학회 제2집 "봄비 칼국수"

비원문학회 제2집 "봄비 칼국수"가 나왔다. 회장인 박명현 시인의 황혼의 갯벌 외14편, 이 봄 시인의 초록 낙엽 외17편, 강명희 시인의 꼴찌의 복수 외 14편, 최연우 시인의 내 그림자 외 16편, 김지운 시인의 보내지 못하는 편지 외7편과 산문 2편, 이해경 시인의 여고 시절 외4편, 이영순 시인의 1월의 빗소리 외 5편이 수록되었다. 초대시로 시창작 지도를 하고 김남권 시인의 운명처럼, 청호 다이노소어, 수드라여 수드라여 등 세 편이 수록되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1

한국시문학문인회 제65회 시낭송회

한국시문학문인회 제65회 시낭송회가 9일 오후3시 종로2가 문화공간 온에서 개최되었다 김남권 회장을 비롯해 이혜선 문학박사,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위상진 명예회장, 안혜경 차기회장, 이희국 부회장 등 40여명이 참석해 "봄 나무가 보낸 편지"를 읽었다. 축하 공연은 바람에 실려 오는 소리 대표 엄지영 선생님의 오카리나 연주와 싱어송라이터 김은성 씨의 기타 연주와 노래로 봄을 여는 시낭송회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었다. 한국시문학문인회 다음 행사는 박경리문학관을 경유하고 청령포와 장릉, 한강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을 돌아보는 문학기행과 제3회 문덕수 전국시낭송대회를 개최하는 6월 1일 일박이일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0

그림책 "달팽이"

이 책은 자신을 달팽이라고 불렀던 20세기 미국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달팽이집 안에서 외톨이로 살았지만 놀라운 조각 작품을 창조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전쟁으로 적이 된 두 나라 사이에서 방황했던 예술가, 미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예술가,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의 고통은 불꽃 같은 예술혼을 태웠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이사무 노구치의 예술과 삶에 보내는 찬사입니다. 그림을 그린 에밀리 휴즈는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는 특별한 그림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림이 주는 느낌이 이야기를 더욱 감동적으로 이끌어줍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05

두꺼운 북소리-박남주 에세이집

반평생을 파라볼라 안테나처럼 서서 아득한 우주의 소리를 들으려 했으나 도달하고자 했던 한 점은 언제나 구체적 삶의 터전이다. 빨간 지붕 위에 원형 파라볼라 안테나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며 서 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이고 있다. 애끓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의 얼굴처럼 보인다. 기다림에 지쳐 가슴에 난 구멍처럼 둥글다. 녹슬어 앙상해질 때까지 하늘 끝 방향을 바라보는 일에는 결코 흐트러짐이 없다. 내 삶의 지향점은 고향이다. 나의 파라볼라 안테나는 남녘 고향 마을을 바라보고 서 있다. 받아보고자 하는 전파를 받기 위해서는 그 방향으로 맞추어야 한다. 김장 하던 날, 내가 태어난 '도덕리 312번지'는 파라볼라 안테나의 한가운데 같은 장소다. 그곳에서 박애기의 생명을 섬세..

카테고리 없음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