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봄서 시인의 그림감상 에세이 <시선, 침묵에 닿다>가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림을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담담하고 따뜻한 필체로 풀어냈다. <별의 이마를 짚다>, <벚꽃기념일 습격사건> 등 두 권의 시집과 <하늘 매표소> 디카시집을 내고 독일 미국 멕시코 방글라데시 베트남 벨기에 알바니아 이란 이탈리아 인도 파키스탄 대만 등에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 김봄서 시인의 그림 에세이는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 보는 그림의 눈빛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일상의 평온함이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빛에 잘 녹아 평화롭다. 자유와 평화로움은 신의 선물이다. 작가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인상주의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영국 작가 터너와 수채화가 이던 호거스로부터 매우 인상적인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숄스 섬의 달빛'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개인적으론 다섯 번째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빛나는 삶의 의지다. 일평생을 그림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성장을 꿈꾼다. 대단한 일이다.
그가 다녀가며 세상에 일상처럼 놓고 간, 삶의 정수들을 지금 난 호흡하고 있다.
평온함 속 그리움과 외로움이 양면하는 그림에 넋을 빠뜨리다.
-본문 27쪽 <프레드리 칠드 하쌈> 전문
불의 미학이 더해진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유약과 칠보, 그리고 아교 소재가 만나서 주는 감흥은 마치 신이 주신 계절 봄을 닮았다.
봄의 향연을 위해 검은 휘장이 쳐진 무대의 침묵, 겨울을 견뎌야 한다. 화려한 칠보단장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인고의 작업을 겨울처럼 해낸 결과물이다. 꽃보다 나비 생각이 더 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본문 246쪽 <김가빈> 중에서
모든 예술 영역의 목적은 어찌 보면 독자 또는 관람자를 만나는 것이다. 시각적인 표현 예술 중 그림은 더 그렇다. 나 역시 그림을 그리며 갤러리에서 관람자를 만나고 있지만, 그림 감상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가로서도 관람자의 소감을 들으면 작품 제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많다. 연극 음악 등 다른 예술 영역과 달리 유독 그림에 대한 감상을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다. 맞고 틀리고가 없는데 대부분 그림 피드백에 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보이는 만큼만 그냥 본다는 시인의 말이 반갑다.
-김보연(화가, 김보연 아트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