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는
박동식
영혼이 영혼을 두드리는 시간
싸늘한 불빛은
길 잃은 그림자마저 지우고
옷깃 여미는 시곗바늘은
동굴 속 박쥐의 눈매를 가린다
책상 위 흰 종이의 먹은
사라진 날들의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고
뒹구는 머리카락은
방바닥의 바퀴들을 줄 세운다
애매한 몸부림은
눈썹 두꺼운 중력을 모른 체하고
쌓인 책갈피의 뾰족한 모서리는
언제 자기를 찾아줄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영혼의 틈새가 바람길을 찾아
누군가의 기운을 일으킬 손짓을 만들어도
금세 바위의 심장이 어깨를 누른다
돌고 돌아 찾아든 대문의 나무고리가 열리고
마주하는 그림자의 흔적이 흰빛을 받아도
금세 뼈 부러지는 굉음의 메아리가 울린다
영혼의 영혼을 부르는
이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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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교육
글자를 묻고 숫자를 물으면
그냥 놔둘걸
책 하나 던져주고
네가 알아서 하라고 할걸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뒤에서 잡아주지 말걸
손을 놓아버릴걸
혼자 페달을 굴릴 수 있게
시간을 줄걸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황은 어떻게 하는지 물으면
그냥 살라고 할걸
스스로가 느끼게 할걸
두루미가 하늘길을 모르고
연어가 물길을 모르고
두더지가 땅속 길을 모를 때
자신이 그 길을
꼬리 흔들며 찾아가듯이
바보가 될걸,
다음 생애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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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길은 가만히 있고
나는 그곳을 걸어간다
스쳐 가는 나무와 나뭇잎과 산벌레들
그곳에서 태어난 그들을
곁눈질로 보고 스쳐 지나간다
내가 감히 그들과 한 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품안에 안기듯 걸어가면서
혹여나 나를 받아줄까
조심스레 발걸음을 내딛는다
곧 쉬는 곳이 나오겠지
곧 이마의 땀을 편히 닦을 수 있겠지
곧 눈을 감고 명상을 할 수 있겠지
숲길은 가만히 있는데
나는 그 숲길을 조심스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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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어려운 작업일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제대로 쓴 글을 쓰기 위해 일련의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어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글을 낸다는 것, 이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다음의 삶을 살찌우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모든 것을 바친다.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