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역사만화 '4.3표류기'가 출간되었다
제주 4.3평화문학상 당선작품에 유수진 시인의 구성과 화가이자 일러스트 작가 박건웅의 스토리만화로 선보이는 4.3 이야기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그래픽 스토리북이다.
4.3평화문학상 제5회 당선작 박용우 시인의 '검정고무신'을 비롯해 제8회 당선작 변희수의 '맑고 흰 죽', 제3회 당선작 최은묵의 '무명천 할머니', 제1회 당선작 현택훈의 '곤을동', '너븐숭이'와 제10회 당선작 유수진의 '폭포', 제6회 당선작 정찬일의 '취우'와 작품 속에 나오는 민요, 수록 작가 작품 작가 약력이 담겨 있다. 이미 지난 23일 만화 원화 전시회와 북토크를 진행하며 작품 속에 얽힌 이야기와 편집 기획 출간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서출판 도훈에서 출간한 '4.3표류기'는 우리 아이들이 잊혀져 가는 근현대사 속 아픈 기억을 바로 이해하고 생각의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옛날에 섬에서 벌어진 이야기 하나 들려줄게요.
쉿! 어디서 소리가 나요. 누가 몰래 엿듣나 봐요.
큰일 났네! 누가 들었으면 어쩌지!
휘~잉~
어떡해요! 바람이 지나가다 들었나 봐요.
아 참! 내가 바람이지 깜짝이야.
누가 우리를 엿듣는 줄 알고
간이 콩알만 해졌네요.
1948년이었어요.
해방된 지 삼 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들떠 있었어요.
나도 신이 나서 섬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누렁이 털에 매달려서 내달리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내가 나타나면 누렁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냅다 달렸어요.
누렁이 등에 타고 있으면 어느덧 바닷가!
파도가 넘실거리다가 철썩 제 마음을 들키기라도 하면 누렁이도 홀딱 젖곤 했지요.
그럴 땐 얼른 동백꽃에게 날아갔어요.
흰 눈밭에 핀 동백꽃은 정말 붉고 예뻤어요.
문득 고개를 들면 한라산이 우리를 보고 있었지요.
섬에선 어디에 있어도 한라산이 보였어요.
한라산이 보고 있으니 마음이 놓였어요
한라산아! 한라산아!
-프롤로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