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의 '소나기'를 다시 읽었다
시적 문체로 구성된 파스텔 톤의 단편소설 '소나기'는 간결한 문장, 탄력있는 감상에 물들게 한다
황순원문학관에서 만난 아이들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미디어 영상으로 소나기를 만나며 무지갯빛 꿈을
만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영혼으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멈춤의 순간을, 언어의 갈피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굽이라고 할 만하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우그러들었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 본다.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이게 무슨 물 같니?"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다보고 있었다.
"내. 생각해 냈다. 그날 도랑 건널 때 내가 업힌 일 있지? 그때 네 등에서 묻은 물이다"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소나기' '별' '산골아이' '독 짓는 늙은이'등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에는 옛기억을 떠올리게하는
따뜻하고 순수한 기억의 순간들이 머물러 있다.
다시 소나기를 읽으며 우리가 돌아가야 할 마지막
지향점 같은 삶의 쉼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