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황동남
엄마 아빠 묘소로
인사를 가니
엄마 아빠는
내가 오는 줄 벌써 알고
숲속의 오솔길을
말끔히 쓸어 놓고
돌아올 땐
내 마음 허전하다고
밤나무 흔들어
알밤을 톡톡 던져주며
잘 가라고
안 보일 때까지
들국화 잎 손 저어
배웅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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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잠 깨어 문을 여니
처마 끝에 쪼르르
크고 작은 하얀 창들이
뾰족뾰족
금세라도
마당 가슴을 찌를 듯
바싹 성이나 꽂혀있네
애고
저러다 정말
마당 가슴을 찌르면 어떡해
해님은
어디서 뭐 하지
빨리 오지 않고ㆍㆍㆍ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밤하늘
해님이 종일토록
놀다간 자리
초저녁 아기별들
한 아름 가득
송이송이 찔레꽃
희뜩씌뜩 피어나
눈 맞춤 소꿉놀이
부싯돌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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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살고 싶다
빨주노초파남보 재잘재잘 새싹들, 세상 바람 때 바람 욕심, 바람 미운 바람, 모두 모두 저렇듯 해맑았으면, 나의 동시 한 구절이다
지나는 길가 놀이방에서 재잘재갈 까르르 들려오는 아이들의 정겨움에 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동글동글 구르고 널뛰고 진정 천사들의 어울림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