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엄현국
시가 떠도는 하늘엔
슬픔이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슬픔은 햇빛을 외면합니다
고독은 별빛을 외면합니다
외로운 새가
희망을 쪼아 먹습니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피어나는 그리-움으로
연둣빛 시가 돋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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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온도를 잰다
요즘, 매일 코피가 난다
새벽 기도를 위해 세수를 하다 보면
월경 같은 뜨거운 것이 터널을 빠져나온다
코피를 멎게 하려고 물구나무를 서다
새벽하늘 슬픈 별을 보았다
아무도 없는, 썩어가는 작은 공간에서
수갑처럼 옥죄는 그리움을
멈출 생각이 없나 보다
술잔에 불을 붙이듯 밀려오는
열기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아픔을
대변한다
굴비처럼 묶었던 손등에 떨어지는
싸늘한 무덤의 흔적을 발견하고
차가운 별의 온도를 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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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속에 꽃이 없다
구름 속에 구름이 없다
희멀건 눈물만 잔뜩 고여 있을 뿐
바람 속엔 바람이 없다
아스라이 쓰러지는 속 좁은 내 자존심의 바닥에
절규만 소쩍새 마을에 메아리칠 뿐
꽃잎 속엔 꽃이 없다
벌이 짓밟아 뭉개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다 썩어빠진 속살만 덩그러니
쓰디쓴 미소를 흘릴 뿐
세월의 뒤안길에 숨어 있는 세월만
말없이 나를
끌고 갈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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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엄현국 시인은 이별을 연습할 때다. 그가 살아온 과거로부터, 고통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그것들로부터 떠나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좋은 기운을 가진 새로운 인엔들과 더불어 행복한 꿈을 만들어 가야 한다.
-김남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