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전 민
내 나이가
조금 젊었을 때는
미래를 바라보면서
돈과 명예를 찾기 바빠
풍요로운 삶의 여유와
활기찬 하루의 즐거움을
모르면서 살아왔다
눈 깜짝할 어느새
나이가 조금씩 더 늘어
젊음과 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억과 통장을 뒤져보았지만
잔고는 찾지 못한 채
내일의 벼랑길 위에
오뚝이 되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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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멎지 않는 비가 없고
지지 않는 꽃이 없듯
잠들지 않는 바람도 없다
젊은 시절의 사랑까지도
세월 따라 변화해간다
끝없이 이어질 듯한 기쁨도
헤어나올 수 없던 고통도
영원한 것은 없다
곱게 물든 가을을 잡아
책갈피에 끼워 넣었다
단풍잎이 꽃보다 더 예쁘다
진눈깨비가 몰아친다 하여
하루가 너무 힘들다 해도
젊음은 아름다운 추억
세월은 피할 수 없는 과정
펼쳐 본 날들은 꽃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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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아무리 해보려 노력해 봐도
안 되는 게 있기도 하지만
산을 오르지도 않고 바라보며
정상을 말하는 것은 풍선이다
노력하지 않은 정상은 없다
산의 봉우리에 오른 뒤에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듯
인생의 참 맛도 느낄 수 있다
인생길과 등산은 같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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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시인의 시에는 그가 평생 종사한 교육자로서 삶에서 나온 그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그의 시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을 윤리적으로 바라본다고 볼 수 있다. 윤리적 실존으로 시를 형상화 할 경우 시 속에서 비유나 이미지의 현란함에서 맛볼 수 있는 미적 즐거움은 많지 않다. 대신 자연이나 사물 심지어 현실에 대한 시인의 윤리적 판단을 찾을 수 있고 그것에 공감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자칫하면 도덕적이고 관녕적이 되어 시적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전 시인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면보다 사물과 현실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공감과 평소의 전 시인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후하고도 따뜻한 인품을 발견할 수 있다.
-양왕용 시인,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