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시인의 산문집 《풀씨는 힘이 세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농부가 되어 고추농사를 짓고, 풀씨와 전쟁을 하며 살고 있는 삶의 이야기들을 펼쳐 놓고 있다.
시골 살이를 하며 소소하게 자연과 이웃과 소통하며 살아 가는 시인의 이야기를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시인이 살고 있는 도장골의 풍경과 비닐하우스 속 고추 모종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봄을 기다리는 소녀같다.
늦가을이면 밭둑이나 강변에 등산복 차림으로 와서 풀씨나 뿌리를 채취하는 모습을 본다. 울창한 마른 풀솦을 헤치고 들어가 씨앗과 뿌리를 채취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풀이라 말하는 잡초가 동물의 상처와 병을 치료하는 것을 보면, 풀도 동물도 공존하며 서로 주고 받는 자연의 순환에 눈뜨게 된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동물과 풀의 관계는 공생 관계다. 서로가 좋은 방향으로 풀어 가는 자연의 섭리를 보면 배울 게 많다. 농부에겐 귀찮고 성가신 풀이지만 나름 동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데 고마운 풀이다. 그 고마운 풀이 종족 보존을 위해 달라붙어 따라다닌다고 해서 성가실 일이 아니다.
-풀씨의 집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