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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우리 아파트에 놀러와-이준관 동시집

김남권 2023. 8. 16. 07:23

꼬맹이

이준관

"꼬맹아, 너는 빠져"
"꼬맹아, 공 주워 와"

걸핏하면
못된 아파트 형들은
나를 꼬맹이라고 부른다

내가 왜 꼬맹이야?
당당히 따지지 못하고

고분고분
공이나 주워 오는
내가 한심스럽다

정말
못난 꼬맹이 같아 부끄럽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파트 다람쥐


주아는 다람쥐래요

키는 작아도
달리기를 하면
키 큰 언니들보다
더 빨리 달리는 날다람쥐래요

그네를 타면
언니들보다 더 하늘 높이 올라가는
하늘다람쥐래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같이
회전그네 타고
빙글빙글 잘도 도는
얼룩무늬 다람쥐래요

901호 9층 계단까지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다람쥐가 나무 올라가듯
뾰로로 잘도 올라가는
아파트 다람쥐래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이들이 다니는 길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는
길들이 많네

아이들이 다니는 길 따라
개미가 다니는
개미길이 생기고

아이들이 다니는 길 따라
나비가 날아다니는
나비길이 생기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꾀병


병 중에 가장 달콤한 병은
꾀병이지

아프다고 하면
엄마가 걱정스런 얼굴로 말하지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렴"

퉁명스럽던 언니가
빨리 나으라며
내 이마에 젖은 수건을 얹어주지

강아지가 내 대신 앓으려는듯
내 옆에 와서
끙끙거리지

쓴 약 먹지 않아도
꾀병은 금세 낫지

달콤한 사랑의 약을
먹으니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잠자리 난다


벼 이삭 익어가는 논에
쌀잠자리 난다

콩알 여물어가는 콩밭에
콩잠자리 난다

고추 익어가는 고추밭에
고추잠자리 난다

수수알 익어가는 수수밭에
수수잠자리 난다

난다 난다
잠자리 난다

가을 운동회 펄럭이는
만국기처럼

아이들도 난다
잠자리 따라 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준관 시인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 시가 있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썼습니다. 그동안 골목길 동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골목길 동네가 아파트 동네로 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이번에는 아파트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시로 담아냈습니다. 아파트 아이들의 동심을 짧은 동화처럼 따스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풀어 냈습니다. 이준관 시인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아파트 아이들의 착하고 아름다운 동심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로 다아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