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벌레조영희밤나무에서 연일 흰 폭죽이 터질 때봄 안개는 향기롭고 부드러웠다바들바들한 육질을 가진달고 맛있는 안개의 음률과 바람의 선율을 타고꼬물꼬물한 생각의 포자가 자라벌레 이전에 꽃이 되고 싶었는지꽃 속에 잠들면 꽃이 될 줄 알았는지생명의 숙주란 벌레 아닌 게 없으므로밤벌레가 되기로 했다벌레들이란 달랑 몸뚱이 하나로숨어 있기 좋은 점숨어 씨 슬기 좋은 방이 필요해어린 목숨일수록 튼튼한 배후와단단한 기반이 목표모두가 모두에게 신세지고 빚지는 세상기생하고 살자면 눈치 채지 않게살금살금 야금야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터널빛이 눕는다가장 낮은 곳에서 그늘의식은 이마를 짚으며속삭인다먼지마저 신열에 몸져눕는 시대그대, 어둠이 없었다면내 존재도 없는 거야그늘이 빛을 일으켜 세운다먼저 손을 내밀면금세 환해지는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