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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친 그리움이 아니어서 좋다-법혜 시집

김남권 2024. 9. 17. 09:50

풍경風磬

법혜

처마 끝 물고기
바람에 기대어
말을 건너온다

스치는 바람에
마음 얹지 말라고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 흔들리지 말라고

이는 바람에
설레지 말라고

기슭에 버리고 온 뗏목
돌아보기 없기라고

님의 향기 고이 품고
뒷걸음질 치지 말라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마음도 그래

나풀나풀 꽃비 나리시는 날
방에서 방으로 이사를 한다
보이지 않는 뒤쪽 구석구석 마다
켜켜이 쌓인 먼지가 말을 건다

-보이는 데만 쓸고 닦으면 뭐 하니?
-그래서 이렇게 뒤집어 보잖아

-마음도 그래
-그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잠깐

잠깐
잠깐만요

아주 잠깐만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멈추어 보아요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대로 일어나는 대로
알아주면서요

숨결과 숨결
시간과 시간
사람과 사람
삶과 삶에는 꼭
필요한
,
있거든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법혜 스님과 그리움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스님과 웃는 얼굴을 보면서 사무친다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서 좋다는 말하면서 달의 뒷모습처럼 울고 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머무는 자리마다 그리움이 길을 만드는 사람,
시집을 열고 함께 걸어가고 싶어지는 마음입니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아니라서 좋습니다.
그리워하고 싶을 때 바라볼 수 있는 달빛이라서 은은하게 좋은 마음으로,
-시인 김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