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이석구
하늘에서 내린 것이 다 복은 아니란다
그렇게도 일렀건만
깔짝깔짝, 기어코 너는
달콤한 유혹 하나
덥석 물어버렸구나
천지가 다 붉도록 버둥치는 몸부림
아가리 다 해져도 벗지 못할
절망의 그 갈고리
애절하여라
가슴을 치며, 치며
처절히도 부르짖는 삶의 절규여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 교만 하늘을 찌르네
자연을 잃어버린 세대
인공의 무덤에 갇혀버린 우리는
호탕한 웃음 뒤에 숨은 씁쓸한 그림자
저 멀리 창 너머 바벨의 기억 더듬어
자멸의 길 닦네
호모 사피엔스이기를 포기하고
이미 인간종의 멸을 자초하기에 이르렀으니
아장아장 설픈 걸음만으로도 뿌듯했던
수수만 년 옛적의 그 순수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눈을 뜨고도 멀어버린 어리석음은
미다스의 유혹 고랑창 깊게 빠져들고
족함을 아는 지혜도
멈출 줄 아는 절제도 잃었으니
아, 이제는
그 교만 하늘을 찌르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꼬리는 왜 흔적만 남겼나
잡히라고 있는 것인지
치라고 있는 것인지
수수만 년 천의를 감추어 온 인간의 꼬리가
언제부터인가 흔적만 남았다
정을 잇고 사랑을 잇고
세상의 온갖 예쁜 것들 맺으며 살라는 하늘의 뜻이었나
이순을 굽어 도는 사유의 내川가
온통, 알팍한 혼돈으로 일렁인다
윤슬로 반짝이는 아침의 빛도
따지고 보면 하늘이 고향
이어짐의 길은 끊겨 흔적으로 남았을지라도
빛은 빛으로 하늘이었던 것을
천상에 닿을 듯한 인간의 탐욕 잘라내려
꼬리는 그렇게도
외로이, 흔적만 남겼는지 모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석구 시인의 시는 그의 삶과 인생을 그대로 담고 있어 보인다. 우선은 세상을 빠르게 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리고 선하게 보고자 하는 눈길이 또한 숨어 있다. 그것은 조금 덜 분명한 세계, 흐릿한 세계, 아스므라하지만 아름다운 것 같은 세계에 대한 탐구와 성취다. 말하자면 확실한 세계에서 불분명한 가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후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이석구 시인은 자기에게 주어진 문학의 길을 걸어 끝내 영광의 날을 성취할 것으로 믿는다.
-나태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