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이영애
며칠째 비가 온다
놀이터에도 못 가고
가슴이 후덥지근
발가락이 근질근질
비가 너무 질기다
당면 같은 빗줄기
해님이 햇살 가위로
싹둑, 잘라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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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시골집 지붕에
뾰족한 이빨들
할머니와 집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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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여행
영화 찍는 카메라 감독이다
기차를 타고
차창 밖을 보면
산과 들 집과 나무
모두 제 자리에 서 있고
나만 바쁘게 달려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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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숨바꼭질을 했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 몹시 궁금한 날들이 많았다. 내가 사는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숨어 있는 시 친구들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 동시집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관심두기를 바란다. 술래가 되어 숨어 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친구가 된다면 동네가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 동네만이 갖고 있는 개성을 다양한 예술로 표현해 본다면 우리의 삶이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