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되고 싶다
여름별
물결 아래 흐느끼는 것은
나인가 너인가
네가 떠난 자리는 너무나 고요해
너의 속삭임이 아스라이 멀어지지만 잡을 수 없네
서리 낀 창에 입술을 맞대면
내게 들리는 답 없는 질문,
우리는 존재했던 걸까?
너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나는 추위를 타지도 않아
네가 없는 세상은 한 없이 차갑고
끝없이 깊어지는 것 같다
우리의 추억은 나를 조각 조각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살점을 뜯어내지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유영하지만
너는 내 곁에 없다
나는 그저 침묵하며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닫아볼 뿐이다
나는 이렇게 영원히 떠돌며
들숨과 날숨에 너를 그리워한다
발끝이 저리는 아픔으로 나를 채우니
슬픔이 나를 달빛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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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잠을 잔다는 건 좋은 거야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맘껏 볼 수 있으니까
그리운 너의 목소리가 선명해서 더 애틋해지고
아기처럼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부들거리면
나는 한껏 애잔해져
생각이 많은 날에 더 많은 꿈을 꾸는 건가?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이 곳 저 곳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여행하지
사랑해,
많이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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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였어
뱃구레만 가득차면 힘이 솟지
고무 냄새가 진동하는 새 신발에 환장하지
앞모습은 볼만하지
뒷모습은 믿음직스럽지
앞만 보고 달려, 뒤는 돌아보지 않아
시동만 걸리면 자동으로 달리는 야생마
나는야 머스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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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별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슬픔의 오작교를 건너가는 울고 있는 나(너)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화해를 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울음을 참고 나 김소영이, 지금부터 다시 살아낼 시인 '여름별'에게 슬픔의 항아리를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속의 별이-물밖의 별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말을 건네고 허기를 채워주는 Hug를 하는 것이다.
우주의 시간과 공간이 여름별의 가슴 속에서 뜨거운 꽃나무가 되고, 젊고 싱싱한 언어로 자연과 생명의 순간을 하나로 연결하며 같은 숨을 쉬는 틈을 열어 보이고 있는 것이다.
김남권 시인 계간 시와징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