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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한강 장편소설

김남권 2026. 3. 3. 08:12

한강 작가의 책을 사놓고 짬을 내서 한번에 읽기 어려워서 묵혀 두었던 "검은 사슴"을 읽었다.
586쪽 짜리 소설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침 연휴를 틈타 해남 땅끝 마을 답사를 다녀오게 되어서 이 책 한권만 들고 길을 나섰다.
차를 갈아 타고 다녀오는 왕복 10시간 동안 다 읽었다. 탄광촌 태백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는 한 여자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은 우리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아가는 검은 사슴과 같은 존재들이 아닌지 묻고 있다.

소멸과 허무 그리고 슬픔으로 충만한 한강의 소설은 한사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돌려 지나온 시간의 갈피에 묻어두고 온 흔적들과 대면하기를 요구한다. 그녀의 첫 장편소설이자 의심할 바 없이 90년대 문학이 거둔 가장 뛰어난 성과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검은 사슴은 개인적 상처와 시대적 상처가 만나는 과거의 한 지점으로 자맥질해들어가는 영혼의 표류기이다.
-남진우 문학평론가
한강이 응시하는 곳에는 높고 거대하고 화려하고 시끄러운 것들이 있지 않다. 그는 낮고 추하고 작고 누추하고 조용한 것을 끈질기게 따라가서 그것들을 깊이 있게 만들고 끝내 그것들을 긍정하고야 만다. 따뜻하게 감싸안고 달콤하게 위로한다는 뜻이 아니다. 세계의 어둠을 환멸과 체념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고투로 대결한다는 뜻이다. 검은 사슴은 세계의 혹독함이 인간의 존엄함으로, 우울이 정념으로, 좌절이 윤기로 변할 때까지 돌아서지 않는 소설이다.
-백지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