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나병춘
끊임없는 떨림과
흔들림으로
나는 지금
여기 있다
뜰 앞에 서 있는 잣나무도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다
바람 탓은 하지 않을란다
햇살이나 구름 탓도 하지 않을란다
저 느긋한 춤사위 속으로
또르르 구르는 다람쥐 한 마리
그 뒤를 따라 청설모도 달려간다
누구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것일까
나의 다람쥐는
시방 어느 나무를 오르고 있는가
다섯 줄 등허리 긴 꼬리
이리저리 유월 아침을 지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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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간花間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인간이라 한다면
꽃과 꽃 사이는
화간이라 해도 안 되겠나
벌나비 남실거리는
이 꽃 저 꽃 사이
바람 구름 안개가 지나가고
가끔가다 천둥 번개도 번쩍이고
그러코롬 봄날은 가고
또 여름도 가을도 맺히고 풀리겠지
꽃과 꽃 아득한 바람
그 섬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평화 벌나비 아우성
알싸한 향기 포연 굉음들
아, 애면글면 짠하고
황홀한 날갯짓들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외로움
그 아스라한 사이
화간이라 한다면
전쟁도 좀 잠잠해지지 않겠나?
벌 나비 꽃처럼 번갯불처럼
아무 흔적이나 스스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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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저 붉은 목을대
울음소리 들었던가
한밤의 천둥소리
투옥,
터지는 적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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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붓꽃
금붓 한 자루면
원이 없겠다
붓끝에 맺힌
영롱한 염원 하나
꽃이슬 실바람에
떨고 있을 때
아, 하는 순간 지고 마는
슬픔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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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춘 시인의 시세계는 감성의 미학, 내밀한 사유, 자연과의 담백한 유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절제와 순화를 주조로 한 감성의 미학은 사적 취향과 감각적 언어가 문맥을 주도하는 경우에도 따뜻한 정감을 담보로 보편적 공감의 지평을 확장한다. 내밀한 사유는 우주 자연의 초언어적 속성, 현상학적 직관을 도구로 서정시 본연의 깊이와 넓이를 아우른다. 자연과의 당백한 유희는 지고지순의 경지에서 유유자적하는 안분지족과 결을 함께한다.
-김규성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