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꽃 피는 날
김혜숙
지나고 보면 다 꽃 피는 때였다
잠시 동면에 들어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잠들다 또다시
피는 날이 있다는 것만도
숨이 쉬어지는 일
지면을 들썩이는 때가
멀지 않으니 좀 더 인내하는 것
살아 있음에 할 수 있는 것
존재감 없어도 존재를 꿈꾸는 일도
공기층에 비집고 있는 그 무엇의 힘
그것 때문에 없는 존재감도 숨 쉰다
곧 꽃 피는 날 온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꽃 죄인
꽃나무 아래는 죄 없이
꽃초리로 뺨을 맞아도 좋다
온통 관음증에 걸려도
누구나 범죄 해도 용서된다
보려고 애쓴다 봄
꽃가지마다 흘리는 웃음에
혼절해도 좋다
죽여 준다
미쳤다
대박이다
노점상 주인들 분주한 것을
지켜보는 봄의 중심에 있는
꽃나무 아래 은밀한 소란이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당신인가
인기척이 낯설어 내다본 곳
노랗게 밀러드는 꽃물 들인 들길
어느 사람이 버려두고 간 길인지
들길 가득 금계국 슬퍼지고
저어기에서 여기까지
기울인 줄 맞춘
노란 손수건에 피고 지고
당신인가,
까치발 들 때
눈주름이 몇 겹 와르르
쏟아지는 들길 순식간에
노랗게 여위어 버렸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은월 김혜숙 시인의 시적 관점을 요약해 본다면, 인간과 자연의 이항 대립의 조건 아래에서 인간이 속한 무위를 이해하고 그러한 자연의 무위함을 자신의 삶에 이식하려는 거듭된 노력을 직관적 시법으로 구현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나호열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