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자본주의
권수진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돈 많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은
돈 많은 사람
앞으로 나의 장래 희망은
돈 많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친구는
돈 많은 사람
세상에서 가장 멀리해야 할 부류는
가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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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변수
이른 아침
모닝커피 한잔을 마시는 삶의 여유가
머나먼 이국
에티오피아인들의 눈물이 아니기늘 바랬다
새벽 첫차에 몸을 싣고
작업복 차림으로 졸고 있는 한 청년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기를 바랬다
손님 끊긴 점포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가게 주인의
근심 어린 저 표정이
폐업 때문만이 아니기를 바랬다
택배 기사나 택시운전 기사나
과로사로 쓰러지는 일은 없기를 바랬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없기를 바랬다
부자들이 존경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랬다
적어도 의식주 문제는ㅈ
스스로 해결되는 세상을 바랬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자보다
성실한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 하나만 잘 살면 그만이지
당신의 불행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너도 곧 그럴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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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고흐의 그림보다는 고갱의 그림을
모차르트보다는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음악을
나폴레옹보다는 메테르니히의 정치를
이백보다는 두보의 시를
헤겔보다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이세돌보다는 이창호의 바둑을
하이에크보다는 칼 폴라니의 경제를
문지, 창비, 문동보다는 초판 이후 절판된 시집들을
신춘문예 당선보다는
최종심에서 거론되다가 떨어진 작품들을
각종 문학상을 휩쓸고
오랜 시간 두고두고 회자되는 시인들보다
아주 잠시 세상에 반짝 등장했다가
문단 밖으로 쓸쓸히 퇴장하는
무수한 시인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그런 날들이
내 머리 구석진 어딘가에서
문득 떠오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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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들
라떼는 무조건 조진다
일단 조지고 본다
나이로 조지고
학벌로 조지고
직책으로 조지고
그다음 라떼는 썰을 푼다
넌 내 밑이니까
깍듯하게 아랫사람의 예의를 갖춰
교장 선생님 훈시를
사단장님 지시 및 강조사항을
목사님 설교를 들어야지
라떼의 눈에는 보이는 게 참 많은데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알아서 척척 이심전심으로
해결해 줄 사람이 없다
라떼는 늘 고독하고 외롭고
표정이 어둡고 우울하고
그럴수록 말이 많아지는 이유를 모른다
눈과 입만 있으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자인데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
라떼는 그래서 슬프다
라떼는 안 그랬는데
랃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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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진 시인은 긍휼의 시인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안으로 보는 세상의 긍휼에 대해 애정을 주고, 각주를 달고, 치명적인 단말마의 고통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한다. 그러나 시인은 안다. 무자비한 말들이 폭풍처럼 먼저 지나간다는 것을, 그래서 시인은 아파트 천국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일확천금에 눈먼 마천루의 저주를 생각하며 현실에 불편해 한다. 그 불편이 세상의 모서리가 될 때 그 모서리에서 시인은 오늘을 기억하는 시를 쓴다.그의 시는 찌든 때를 씻는 비누다. 이웃을 위해 아픔을 씻어 주며 자신은 닳아 작아진다.
-정일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