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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류-이인철

김남권 2025. 5. 17. 08:41

AI-플랫폼 1

이인철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달리는 말에도
기계인간에도
미루나무에도
행성을 날아가는 새에도

내 뇌는 통합된 분리다

듣고 느끼고 달리고
같은 순간에도 다분화된 오감으로 절정을 느끼는 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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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플랫폼 2

몸을 바꾸면 죽음을 버릴 수 없게 된다
나는 느티나무로 살 거다

매일 쳇바퀴처럼 자고 일어나고 자고
어딘가로 갔다가 되돌아올 이유가 없는
나는 느티나무로 살 거다

지금은 수도사가 되어 생명의 주검을 질근질근 씹어 삶을 유지시키고 있다

느티나무로
그저 거기에 있기만 하는
누구와 함께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히 쓰임도 없는
느티나무로 변신하는 중이다

모니터 화면 속에서
또 한 번 이승의 기억을 지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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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플랫폼 3

우주 시공간을 수축시킨다
와이셔츠 제일 위 단추를 맨 아래
단춧구멍에 채우는 것과 같은 거다
목적지로 가는 길이 멀면 중간 길을 잘라내
출발점과 목적지를 겹치게 한다
더는 어떤 이동 수단도 필요 없다
학생들은 안드로메다로
1박2일 수학여행을 떠나
미래의 아이들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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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의 시는 거대한 문영적 전환기에 처한 인간과 세계의 존재론에 대한 메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천착의 결실이다. 그동안 개성적인 전위 시편을 통해 한국 시의 새로운 지경을 개척해온 이인철 시인은 이번에 이른바 인공지능 시대를 불러와서 그에 대한 묵시록적 사유를 가멸차게 펼쳐낸다.
이제 AI와 인간의 협업을 불가피하다. 특별히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AI와 함께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인철의 시적 촉수는 이러한 변화 이면에 잠재적으로 숨겨져 있는 비극적 하강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특유의 시적 예감을 실현하고 있다.
-유성호 문학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