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사랑-한강 소설집
여수, 그 앞바다는 녹슨 철선들은 지금도 상처 입은 목소리로 울부짖어대고 있을 것이다. 여수만灣의 서늘한 해류는 멍든 속살 같은 푸릇푸릇한 섬들과 몸 섞으며 굽이돌고 있을 것이다. 저무는 선착장마다 주황빛 알전구들이 밝혀질 것이다.
부두 가건물 사이로 검붉은 노을이 불타오를ㅇ것이다. 찝찔한 바닷바람은 격렬하게 우산을 까뒤집고 여자들의 치마를,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솟구치게 할 것이다.
얼마만큼 왔을까,
통곡하는 여자의 눈에서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빗물이 객실 차창에 여러 줄기의 빗금을 내리고 있었다. 간간이 벼락이 빛났다. 무엇인가를 연달아 부수고 무너뜨리는 듯한 기차 바퀴 소리, 누군가의 가슴이 찢어지고 그것이 영원히 아물지 않는 것 같은 빗소리가 아련한 뇌성을 삼켰다.
-본문 9~10쪽 중에서
이 소설은 한강 작가가 1995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26살의 나이에 쓴 여수의 사랑은 그 시대 자신의 모습을 닮은 고단한 청춘의 모습을 여수를 배경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는 여수를 향해 기차를 타고 출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비슷한 또래의 여자 자흔과 자취방에 동거를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얼마전 이비에스 방송에서 한강 작가가 20대 무렵에 여수의 사랑을 발표하고 작품속 무대가 되었던 여수의 곳곳을 누비며 작품 속의 내용을 직접 낭독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일이 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낯익은 그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따라왔다.
이제 한강의 소설과 동화 시집까지 6권을 읽고 아직 5권이 더 남았다.
대한민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보유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