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
서정원
텅 빈 가을
찬바람 오고 가는 가지 사이
불그스레한 마을
누굴 기다리나
주린 까치 가족 찾아올 날
기다리며 홍시 하나
불을 밝히고 있다
젖가슴 내어주며
불러주던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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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틀집
천 미터 산비탈에
문패도 없는 집
어둠이 깊어가면
들창 너머 들려오는
별들의 속삭임
짝을 찾는 들짐승 울음소리에
진시황 못다 한 꿈 찾아
흘린 땀방울 내음
꿈길에 만난 길 떠난 옛님과
만리장성 쌓는 밤
창문에 키질하는 솔가지
온밤을 지새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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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하늘길 오르다 멈춘 자리
태풍이 불어와도
비바람 몰아쳐도
멈추지 않는 일편단심
피멍이 든 채로 지난날 발자취
담장에 남겼구나
잠들지 않는 너의 거친 숨소리
뜨거운 가슴 하나로 빈 벽을 채우다
찬바람 휘몰아치는 계절 찾아오면
눈물 쏟아내며 온몸의 피를 모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긴 사연
생활전선 벽에 새겨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