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철원 거리에 서다
-소이산
조광태
구 철원 읍내에 포탄이 쏟아지고
하늘에서는 비행기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어 집들이 불타고
지옥이 되어 처참하게 무너지는
구 철원의 읍내 모습을
소이산은 다 지켜봤지요
동족끼리 총부리 겨누고
죽여야 살 수 있는 아우성 속에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공포 속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의 회오리 속에
공포로 보내는 나날이 두려운 것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몰라서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모습도
소이산은 지켜봤지요
쏟아지는 포탄 터지는 소리에
처참한 죽음들이 쓰러지는 모습은
피의 파편으로 흔적조차 찾기 힘든 죽음들
살아서 고향에 가겠다는 간절함은
천둥 같은 포탄 소리에 묻혀
철원평야에 있는 산야마다
잠이든 용사들 한 맺힌 피눈물을
소이산은 다 지켜봤지요
앞으로 구 철원은 어떻게 흘러갈지
끊어진 철길은 이어져 오고 갈 수 있을지
세월은 흘러갔지만, 휴전선 가시철조망
비무장지대는 변하지 않고 침묵만 흐르는데
이 땅 변화의 바람은 언제쯤 불어오는지
북녘 하늘 바라보는 소이산은 알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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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철원 거리에 서다
-철조망
우린 누구를 위해
저 철조망 방치하는가
우린 누구의 눈치를 보며
저 철조망 거둬내지 못하는가
우린 누구의 감시 오래 앉아
저 철조망 바라만 보고 있는가
우린 누구의 겁박을 받아서
저 철조망 그늘에 숨어 있는가
우린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저 철조망 거둬 낼 수 있는가
우린 스스로 철조망 거둬내지 못하고
하나 된 땅에서 살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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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 시인은 자신이 나고 자랐으며 현재 살고 있는 분단의 가장 앞자리에 있는 그곳, 철원을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 장소는 지금 그 장소가 가지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잃어가고 잊히고 낡고 훼손된 채 존재한다.
하여 시인은 그 훼손된 장소를 정성스럽게 복원하고자 하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려서 이루고 싶은 것은/이 땅이 옛 모습으로 돌아가는 겁니다'라고말하고 있으며 또한 철조망을 걷어내고 월정리역에서 멈춘 기차를 다시 일으켜 중국과 시베리아를 넘어 유럽으로 가고 싶다는 아니 가야 한다는 통일에의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이러한 시인의 간절한 열망은 마침내 조광태 시인 개인의 꿈을 넘어 철조망을 넘어서 분단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가는 우리의 꿈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있다.
-김창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