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歸
신봉승
처음엔 물이었다네
까마득히 얼어붙은 빙폭
그 태초의 정적도 처음엔
물이었다네
한겨울 몸서리치는
눈보라가 어디 건성이던가
진달래 피기 전
빙폭에 금이 가고
꽝, 꽈과광 천지를 울리는 아우성
쏟아지는 얼음덩이 바윗덩이
그게 다 처음에는
물이었다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를 보내고
그날 모진 바람 속에서
너를 보내고
산모퉁이를 돌아서고서야
허리 꺾여 흔들리는
들국화를 보았다
처음부터 그것을 꺾어
네게 들려주지 못했던 후회가
이리도 가슴 찢는 아픔이 될 줄이야
내 가난만 아니어도
네 열정만 아니어도
쉬어버린 목소리만이라도
고쳐서 보낼 수 있었을 것을,
허리 꺾여 흔들리는
들국화 한송이를
보지나 말았으면
이리도 산다는 것이
허망하지는 않았을 것을,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정동진
벗이여,
바른 동쪽
정동진으로
떠오르는 저 우람한
아침 해를 보았는가
큰 발원에서
작은 소망에 이르는
우리들 모든 번뇌를 씻어내는
저 불타는 태초의 햇살과
마주서는 기쁨을 아는가
벗이여,
밝은 나루
정동진으로
밀려오는 저 푸른 파도가
억겁을 뒤척이는 소리를 들었는가
치열한 몸짓
염원하는 몸부림을
마주서서 바라보는 이 환희가
우리 사는 보람임을
벗이여, 정녕 아는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신봉승은 살아있는 조선의 역사다" 조병화 시인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대한민국 문단에 거대한 족적을 남기고 떠나신 지 어느새 8년이 되었다.
초당 신봉승, 초록색 잉크와 한 몸이 되었던 그의 펜 끝에서 숱한 문장들이 창조되고 역사의 행간이 만들어지고, 그의 품격 높은 지식들로 100권이 넘는 저서를 자리매김 시킨 위대한 작가, 동시대를 함께 했던 수많은 문학인의 귀감이었으며, 그 무엇보다 문향강릉의 자존심이며 자랑이었음을 재삼 강조해본다.
-김경미 강릉문인협회 회장